슬기로운 키프로스 생활

나의 키프로스 첫 인상

toomuchsensitive 2020. 8. 3. 10:22

나의 첫 장기 비행은 프랑스 어학연수 할 때 직항으로 14시간 내리 엉덩이가 아플 정도로 인내의 시간을 견뎌냈던 비행이었다.

키프로스 가는 길은 경유이긴 했지만 15-16시간 정도로 무려 2시간은 더 버텨야지 도착할 수 있는 곳이었다. 

생각보다 더 힘들었던 여정에 녹초가 된 나는 키프로스 라르나카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기쁨보다는 피곤함과 어색함으로 경직되있었다. 

짐을 찾고 입국 수속을 다 밟고 공항 밖으로 나왔다. 12월의 한 겨울. 눈을 뜨지 못 할만큼의 따뜻한 햇살과 따뜻한 공기가 나를 환영해주었다. 와~ 이 상쾌함은 뭐지? 한 손에 들고 있던 패딩을 민망하게 만드는 이 따뜻함은 무엇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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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프로스에 대한 나의 첫 인상은 기대만큼 보다 훨씬 더 좋았다. 아니 완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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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키프로스를 방문했을 때 느꼈던 점들에 대해 (또는 깜짝 놀라게 했던 점) 적어보려고 한다. 키프로스 문화를 좀 더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1. 수다를 좋아하는 나라. 12시까지 카페에 삼삼오오 모여 이야기하는 그룹들로 가득차있다. 

: 이때까지만해도 내게 카페는 공부하러 가는 곳이었다. 그리고 저녁에 친구들 만날 때는 무조건 술을 마시지 커피를 마시진 않았단 말이지... 남편 친구들을 처음 만난 곳은 다름 아닌 카페였다. 그것도 저녁 9시에! '아~ 친구들이 술은 별로 안 좋아하나보네?' 라고 생각했던 것은 나의 착각. 

카페는 9시가 넘어서 새벽 1시가 되도록 각각 모여 보드게임을 하거나 수다를 떠는 그룹들로 꽉 차 있었다! 

밤늦게까지 까페에서 친구들과 수다 떨던 그리운 시절!

2. 집집마다 있는 커다란 한 겨울의 레몬나무. 레몬을 왜 돈주고 사먹어?

: 진심 문화충격! 집집마다 레몬나무가 있는 것은 기본이고 심지어 그냥 길가에도 레몬 나무들이 널려져있다. 그냥 따가도 싸움나지 않을 정도로 키프로스에서 레몬은 아주 흔한 과일이다.

게다가 무농약!!!!

날씨가 주는 영향이 정말 큰 것인지 시부모님께 물어보니 그냥 심었더니 레몬이 절로 생기던데? 농약? 그런걸 왜 쳐? 라고 되돌아오는 물음에 와우! 레몬 플렉스!

우리 시댁 레몬나무에 달린 레몬들! 아주 실하다 실해! 
집집마다 기본인 레몬 나무

3. 그동안 내가 먹었던 요거트는 가짜다. 한국에서 먹는 그릭요거트와는 비교 못 할 꾸덕하고 신선한 요거트

: 한국에서 남편과 홈플러스로 장을 보러 갈 때면 남편은 그릭 요거트라고 광고하고 있는 요거트를 하나씩 먹어보고는 우웩! 이거 그릭 요거트 아니야! 그릭 요거트는 이렇게 달지도 않고 물같지도 않아! 라고 불평을 하곤 했었다. 

아니 요거트가 다 거기서 거기지 왠 유난이래~ 라며 생각하곤 했었는데 그제서야 남편을 이해할 수 있었다. 

니코시아의 슈퍼 알파메가에는 상상도 못 할 만큼의 엄청난 레인지의 요거트 섹션이 있다! 
레몬 만큼이나 매 식사에 빠지지 않는 그릭 요거트

4. 키프로스에서 크리스마스는 우리 나라 추석, 설과 같은 아주 중요한 명절이다.

크리스마스는 키프로스 사람들에게 정말 중요한 명절이다. 10월 정도가 되면 모든 상점에서 크리스마스 데코레이션 용품을 팔기 시작하고 집들마다 저마다의 스타일로 크리스마스 무드로 집을 꾸민다. 

시어머니도 항상 10월이 되면 크리스마스 트리를 만드시고 식기들과 테이블보도 모두 크리스마스 느낌으로 체인지! 

크리스마스를 챙기는 집에서 살아본 적도 없고 크리스마스는 그냥 학교 안가고 회사 안가는 땡큐날로 생각했던 나에게는 아주 기분 좋은 충격이었다! 

키프로스 사람들에게 크리스마스는 진심이다. 단순한 빨간 날이 아니다! 

어머님이 만드신 크리스마스 전통 쿠키와 케이크
나와 남편이 한땀한땀 손수 꾸민 크리스마스 트리! 맨 앞 산타할아버지가 포인트!
거실 테이블보도 크리스마스 느낌으로 체인지
나를 미치게 만들었던 귀요미 산타들!!! 단 돈 만원이면 집으로 데려갈 수 있다.

5. 영어 왜케 잘해? 그리고 이방인에 대해 내가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우호적이다.

: 혹시라도 동양인에 대해 한국 사람에 대해 어색해하거나 인종차별적인 모드로 나오면 어떡하지? 걱정했다. 그런데 그런 걱정은 다 쓸데없던 것! 

게다가 젊은이들은 아주 영어를 유창하게 잘 한다. 남키프로스에서는 사실 그리스어를 하지 못 해도 영어만 할 수 있다면 문제 없다. 관광업이 발달한 나라이기도 해서 왠만하면 다 영어를 잘 한다. 

남편의 친구들도 마찬가지였다. (아주 다행!)

게다가 키프로스에서는 보통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나서 국내 대학을 가기도 하지만 거의 대부분은 다 해외에 있는 대학으로 간다. 특히 영국! 그래서그런지 나이스한 영어 실력을 모두 갖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이미 키프로스에는 자국민 뿐만아니라 러시아인들이 엄청 많고 (특히 리마솔에!) 외국인 노동자들도 많이 있어서 외국인에 대해 적대적인 분위기는 찾아볼 수 없다. 게다가 여름만 되면 전세계에서 휴양하러 찾아오니! 혹시라도 차별 당할까 걱정이라면 일단은 안심하자! (그치만 케바케라고 인종차별을 겪을 수도 있겠지만!)

6. 아니 겨울 맞아? 

: 키프로스는 겨울에도 영하로 떨어지지 않는 기온을 자랑한다. 처음 남편과 데이트할 때 유난히 겨울을 힘들어하던 남편의 모습이 생생하다. 당연히 이렇게 따뜻한 곳에서 자랐으니... 한국의 무시무시한 추위에 얼마나 고생했을지.. 고된 한국살이에 고생이 많은 남편이다. 

암튼! 겨울의 키프로스는 3번 정도 겪어보았는데 패딩 코트가 필요없다! (정말 수족냉증을 달고 살고 원체 추위를 많이 타는 사람이라면 점퍼 정도? 오리털 파카는 장농 신세를 지게 될 것이다.)

그리고 눈 내리는 것을 보기가 힘들다. 남편의 여동생은 펑펑 눈 내리는 광경을 단 한번도 보지 못 했다고 한다! 

나와 남편이 자주 갔던 공원! 1월인데도 초록빛이 무성하다.

7. 키프로스는 고양이들의 섬

: 한국에선 더 이상 길거리에 돌아다니는 고양이를 보기가 힘들다. 그런데 키프로스는 그렇지 않다. 낮에도 길거리를 당당하게 활보하는 고양이들을 만날 수 있다. 심지어 키프로스 사람들은 고양이를 아주 좋아한다! 집집마다 길거리 고양이들을 위해 물이나 사료를 놓아주는 경우도 아주 쉽게 볼 수 있다. 

고양이를 무서워하는 (나 같은) 사람은 처음에 적응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우리 차에 당당히 올라가 있는 길냥이

이것이 내가 키프로스에 처음으로 왔을 때 신기했던 점들이다. 한국과는 전혀 달랐던 풍경들과 문화에 당황하기도 했지만 남편의 가족들과 친구들의 도움으로 금방 적응할 수 있었다. 

요번에 키프로스 첫 인상에 대해 이야기해 보았다면 다음 글에서는 키프로스 과연 살기 좋은 곳인가? 에 대해 말해보려고 한다. 

다음에 계속!

 

2020/08/03 - 키프로스 살기 좋을까? (1년 살아본 내가 말할 수 있는 것들)

2020/08/05 - 키프로스에 가면 꼭 먹어야 하는 음식들 (현지인 추천!)